모발이식, 멀티식모기 생착률
최근 젊은 층에서 탈모 환자가 늘어나면서 모발이식을 찾는 사람들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환자들이 수술을 앞두고 가장 크게 걱정하는 부분은 이식한 모발이 과연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즉 생착률이다. 모낭이 두피에 안정적으로 뿌리내리지 못하면 빠져버리기 때문에, 모발이식의 성패는 결국 얼마나 높은 생착률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 때문에 의료 현장에서는 모낭 손상을 최소화하고 체외 노출 시간을 줄여 생착률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연구와 장비 개발이 이어져 왔다.
기존 단일 식모기는 한 번에 하나의 모낭만 이식할 수 있어 긴 수술 시간이 불가피했고, 그만큼 모낭의 체외 노출 시간이 길어져 손상 위험이 있었다. 반면 멀티식모기는 기기 하나로 열 개의 모낭을 동시에 장착해 반자동 회전 방식으로 연속 이식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수술 시간이 절반 가까이 단축되며, 환자가 느끼는 통증과 의료진의 피로도도 크게 줄어든다. 무엇보다 모낭이 공기 중에 머무는 시간을 최소화해 생착률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유리하다. 반복적인 시술 과정에서 바늘 무뎌짐으로 인한 조직 손상을 줄이는 설계 역시 장점으로 꼽힌다.
식모기를 활용한 모발이식 기법이 한국에서 처음 시작되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 기술은 이후 전 세계로 확산되며 모발이식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고, 멀티식모기의 발전은 한국 모발이식 기술의 국제적 위상을 다시 한번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실제로 해외 환자들이 한국을 찾는 이유 역시 이러한 기술적 우수성과 경험에서 비롯된다. 단순히 장비의 진보가 아니라, 임상 경험과 연구가 결합해 만들어낸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국이 세계 모발이식 시장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된 배경에도 이러한 혁신의 역사가 자리하고 있다.
닥터안모발이식병원 안지섭 원장은 대한모발이식학회 회장을 역임하며 국내 모발이식의 학문적 발전과 임상 표준을 이끌었고, 경북대학교 모발이식센터와 협력해 멀티식모기의 개발과 개선 작업에도 직접 참여했다. 현장의 문제를 연구진과 공유하며 실제 수술 환경에 필요한 기능이 반영되도록 기여해온 것이다. 안 원장은 “식모기의 진화를 통해 모발이식은 안정성과 정확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며 “다만 모근에 따라 이식하는 방향과 깊이를 정밀하게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경험 많은 의료진에게 시술받는 것이 안전하고 생착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모발이식은 단순히 머리카락을 옮겨 심는 수술이 아니다. 얼마나 정밀하게 모낭을 다루고, 얼마나 높은 생착률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환자의 삶이 달라진다. 멀티식모기의 발전과 적극적인 활용은 환자에게 더 나은 결과를 선사하는 동시에, 한국 모발이식 기술의 위상을 높이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의료기술의 진보를 넘어, 탈모로 고민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는 길이 되고 있다.
